겨울에 강원도에 가는 걸 좋아한다. 사실, 강원도는 언제든 가기를 좋아하지만, 특히 겨울에 영동 지방에 가면 의외로 따뜻하고 맑은 날씨와 여름과는 다른 뭔가 쓸쓸한 겨울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사악해진 숙소 가격과 예약난 때문에 떠나기 어려울 뿐. 그런데, 극악의 성수기인 12월 24~25일에 10만 원대 오션뷰 방을 양양에서 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곳이곳 오션밸리 리조트에서는 가능하다. 다만, 숙소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고 바다를 맘껏 보겠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여행자라면, 이곳을 추천한다.
낙산 해변 인근에 자리 잡은 이 곳은 입지 하나만큼은 그 어떤 곳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숙소 바로 앞으로 드넓은 동해가 펼쳐져있는데, 거의 프라이빗 비치에 가깝기 때문에 사람도 흔치 않아서, 호젓하게 겨울 바다를 만끽하고 싶은 이에겐 이만한 숙소가 없다. 이 일대에서는 가장 고급 숙소라고 할 수 있는 롯데 리조트에도 투숙해 보았지만, 오션뷰에 있어서 만큼은 오션밸리와 비교할 수가 없다. 사실, 오션뷰 하나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과 이곳이 가장 인상 깊다 싶을 만큼, 위치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다.
그럼 도대체 얼마나 후졌길래, 크리스마스에도 10만원대를 받고, 그럼에도 방이 남아있을까?
많이 낙후된 숙소인건 사실이다. 난 이곳을 작년 크리스마스에 방문했는데, 로비는 오래된 목욕탕을 연상시켰다. 나이가 많으신 노인분께서 키를 건네주셨고, 숙소 복도도 뭔가 기괴하달까...
그렇지만, 막상 방에 들어가보니,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나름 깔끔했다. 화장실도 쓸만했고, 침구는 뭐... 너무나 촌스럽지만 괜찮았다. 무엇보다 따뜻해서 하루, 이틀 머물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방 크기도 넉넉하다. 귀곡산장 같은 로비와 복도만 견딜 수 있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오션뷰로 보답해주는 곳이다.
바로 옆으로 디그니티 호텔이라는 신축 호텔이 있어서, 오션밸리 리조트가 도저히 견딜수가 없다면, 대안이 되기도 하지만,
이곳은 전면이 바다를 바라보지 않아서, 아마도 객실에서도 부분적으로만 바다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가격이 훨씬 비싸기도 하고...
주인이 누구길래, 이 좋은 위치의 숙소를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재건축 수준의 리모델링을 한다면, 핫 플레이스가 될 곳이 확실한데, 여러모로 안타까운 곳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론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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