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쏘는 시계에 좀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들이 차는 브랜드이고, 관심이 없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듣보잡 취급을 받지만, 사실 그렇게 띄엄띄엄 볼 수 있는 브랜드는 아니다. 브랜드별 판매금액 집계에서 늘 Top 10안에 드는 빅 브랜드이고, 1854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스와치 그룹에 편입된 이후로, 기계식 시계 브랜드로는 그룹 내 맨 아래에 포지셔닝하면서, 볼륨 드라이버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결코 가치가 떨어지는 브랜드가 아니다. 사실, 스와치 그룹 내에서 가장 티쏘와 론진은 그 헤리티지에 비해 저평가되어 안타까운 브랜드이지만, 그 진가를 알아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시계를 구입할 수 있는 가성비 브랜드이기도 하다.
대중 브랜드로서 티쏘는 방대한 라인업을 자랑하는데, 대략 20만 원대 쿼츠 시계에서 부터, 2~300만 원대 비교적 고가의 시계까지도 시장에 내고 있지만, 역시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군은 100만 원 이하의 준수한 오토매틱 라인업일 것이다. 최근에는 젠틀맨, PRX 같은 모델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티쏘의 스테디셀러는 르로끌이라고 할 수 있다.
티쏘의 역사가 시작된 르로끌 마을에서 이름을 가져온 이 모델은, 클래식한 로마자 인덱스와 기요세 패턴을 새긴 단정한 페이스를 가진 우아한 드레스 워치이다. 39.5mm의 크기와 9.8mm의 두께는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적당한 사이즈이다.
디자인 면에서는 이 가격대 (7~80만 원대)에서는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외양을 가졌다.
무브먼트는 티쏘, 해밀턴, 미도등 스와치 그룹의 중저가 브랜드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ETA 2824 바탕의 파워매틱 80 무브먼트를 사용한다. 무려 8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자랑하며, 수많은 시계에 적용되어 탱크 같은 내구성을 자랑하는 무브먼트 역시 스와치 그룹 외 브랜드에서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2017년 이전에 출시되었던 구형 르로끌의 경우, 8 진동 무브먼트를 사용하는데, 덕분에 초침의 흐름이 좀 더 부드러워서 구형 모델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구형은 파워 리저브가 38시간이므로, 여러 시계를 번갈아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신형의 80시간 파워 리저브가 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르로끌은 절반정도 오픈된 케이스백을 적용하여, 무브먼트를 부분적이나마 볼 수 있는데, 고가 시계들의 화려한 무브먼트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이렇게 무브먼트를 볼 수 있는 것도 입문자들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개인적으로는 15년 전에 구입한 구형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에 50만 원 이하로 구입한 만큼 본전을 뽑고도 남았는데, 미안하게도 15년간 한 번도 오버홀을 하지 않았음에도 지금도 시간이 잘 맞는다. 가끔, 이 시계를 착용할 때가 있는데, 롤렉스를 찬 이들이 부러울지언정, 티쏘가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근본 있는 시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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