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탕국수, 어죽 계열의 음식은 따지고 보면 민물매운탕의 변형된 형태이다. 민물 매운탕에 국수를 넣으면 어죽이고, 밥을 넣고 팔팔 끓이면 어죽이다. 지역마다, 업장마다 약간의 재료나 조리법은 다를지언정 그러하다. 재료는 민물 잡고기를 쓰는데, 이 말인즉슨 들어가는 어종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마도 피라미처럼 흔한 물고기가 가장 많이 들어갈 거고, 좀 더 재료에 자부심을 갖는 곳은 동자개 (빠가사리)를 쓰는 곳도 있을 것이고,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떤 곳은 미꾸라지를 쓴다는데, 이 경우 추어탕과도 구분이 모호해지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추어탕은 된장 베이스이고, 어탕국수, 어죽은 고추장이 베이스이다.
그렇지만, 이 어탕국수, 어죽은 추어탕보다 더 대중적인 메뉴가 아니라서, 서울 시내에선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고, 파주나 양평, 가평 등 강을 끼고 있는 근교로 나가야 겨우 전문점을 볼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년 시절의 추억에 기인하는데, 어린 시절 시골에서 천렵을 하고, 매운탕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매우 아름답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물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빼고 보면, 이 민물 매운탕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은 감칠맛의 집합체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뭐라 특정할 순 없지만, 바닷고기와는 다른 민물고기만의 진한 감칠맛이 있고, 뼈와 살을 갈아 넣은 어탕국수나 어죽은 실제로는 그것이 나트륨 덩어리라 하더라도, 먹는 순간만큼은 그 진한 맛 때문에 몸 보신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이곳 지리산 어탕국수는 예전에 어느 유명한 맛집 블로그에서 후기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평일 조금 늦은 점심에 찾게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가게는 나이 지긋한 남자 손님들로 가득하다. 나이가 들 수록 이런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대표 메뉴인 어탕국수를 주문하고, 한 2,3분 있으니, 음식이 나온다. 음... 이곳의 어탕국수는 일단, 우거지를 넣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깻잎을 넣는 쪽이 민물고기의 시원한 맛을 배가시킨다고 생각한다. 우거지를 넣으면 아무래도 구수한 쪽이 더 도드라지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추어탕 쪽과 비슷한 맛이 되었다.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았고, 국수는 다 건져 먹었으나, 다른 손님들처럼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지는 않았다. 국물을 남기는 손님이 흔치 않기 때문인지, 사장님께서 오셔서 밥을 더 주시겠다고 하는데, 사양했다. 최근에 먹었던 곳 중에는 파주 심학산의 청산어죽이 가장 내 취향에는 맞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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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어탕국수
서울 마포구 양화로3길 23 (합정동 38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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