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질수록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이 나는데, 개인적으로 곰탕, 설렁탕 같은 고깃국보다는 생선탕을 즐기는 입장에서 대구탕은 가장 대중적인 생선탕 요리가 아닌가 한다. 상업화된 생선탕 장르는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복국이다. 복은 맑고 깨끗한 맛을 지녀서, 탕으로 끓였을 때 가장 맛있는 생선이 아닌가 한다. 다만, 그 청아한 맛 때문에 매운탕보다는 맑은탕이 어울리고, 때문에 밥과 함께 하기에는 조금은 어색한 구석이 있다. 또한, 만원 중반대의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복국은 대부분 냉동을 사용하고, 생복을 사용한 복국은 가격이 4~5만 원까지도 올라간다는 점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다음은 생태탕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명태가 더 이상 잡히지 않게 되면서, 생태는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하는데, 이 것도 겨울에나 수급이 되다 보니, 사계절 메뉴를 운영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생태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흔치 않다. 하지만, 생태탕의 그 보드라운 식감은 그 어떤 생선도 따라갈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대구탕은 재료 수급이 사계절 쉽고, 가격 자체도 비싸지 않아서, 가장 대중적인 생선탕 메뉴가 되었다. 비교적 대형 어종이라 살집도 풍성하고, 매운탕으로 끓였을 때 입에 척 달라붙는 맛이 해장에 특화된 메뉴라 하겠다.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에서 대구탕을 내는 식당은 아주 많다. 전문점만 해도 뒤푸리, 신송한식등이 있고, 여러 한국식 일식집들에서 점심메뉴로 대구탕을 메뉴에 올려놓고 있다. 이중 뒤푸리, 신송한식의 대구탕은 아마도 수입 냉동대구를 쓰는 원 대구탕 스타일의 대구탕인데, 국물에서 진한 라면수프의 풍미가 느껴진다. 뭐 이게 꼭 나쁘다는 게 아니다. 냉동대구는 또 그것대로 꼬득한 맛이 있고, 라면 수프 맛 국물도 나름 매력적이다. 이들은 모두 스탠 그릇에 제공이 된다.
일식집들에서는 주로 뚝배기에 한 소끔 끓여서 보글보글한 상태로 나오는데, 보통 생대구를 사용하고, 쑥갓 같은 생야채를 올려서 좀 더 프레쉬한 맛이 난다.
이 레드오션에 약 1년쯤 전에 도전장을 낸 가게가 있으니, 무려 오복수산의 스핀오프 업장인 오복수산 대구이다. 오복수산이 어떤 가게인가? 북해도나 가야 먹던 카이센동을 성공적으로 서울 외식 시장에 안착시킨 내공을 가진 가게다. 오복수산은 이미 여의도에 업장을 두 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오복수산 대구는 오복수산이 처음 여의도 매장을 열었던 오투 타워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오복수산 대구가 처음 오픈 했을 때 이름은 오복생태였다. 다만, 해당 이름으로 오픈을 하고 나서도 생태탕은 한번도 메뉴에 오른 적이 없는데, 아마도 사계절 운영하는 데 있어서 수급에 문제가 있었지 않나 싶다. 결국 언젠가부터 식당 이름을 바꾸었다.
이곳의 대구탕은 굳이 따지자면, 일식집 뚝배기 대구탕에 가까운데, 오복수산의 이름에 걸맞게 매우 깔끔한 맛을 낸다. 국물은 글쎄....조미료 없이 이런류의 탕 요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고, 조미료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만, 조미료 특유의 과한 감칠맛이 입에 거슬릴 때가 있는데, 이 집은 그런 게 없다. 안에 든 재료는 1.6만 원의 가격이 아깝지 않게 매우 신선한 재료를 쓴걸 한눈에 알 수 있다. 포슬한 대구살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집 대구탕의 고니 (이리)는 최고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고니에 거부감이 있어서, 어지간한 곳에서는 빼놓고 먹는데, 이곳에서 고니에 입문했다.
대구탕의 최고봉으로 속초 생대구를 꼽는 경우가 많은데, 난 이곳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대구탕을 낸다. 오복수산이 그냥 운으로 장사가 잘되는 식당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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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수산대구 여의도점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83 오투타워 지하1층 (여의도동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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