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구워 먹는 소고기야 어느 부위를 구워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안심을 좋아한다. 안심은 지방맛에 의존하지 않는, 고기 본연의 육향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안심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두껍게 썰어서 미디엄에서 미디엄 레어 정도로 굽는 것. 숯불에 구우면 좋지만, 안심은 굳이 숯불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안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많지 않다. 한우 구이라고 하면 대부분 등심을 내고, 그 다음이 갈비, 안심을 내는 식당은 흔치는 않다.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촘촘한 마블링을 선호하는 우리의 고기 문화 특성상, 안심은 선호 부위가 아닐 수도 있다. 너무 얌전한 (?) 맛을 내기 때문에, 기름이 팡팡 터지는 등심을 아무래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등심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등심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등심에는 너무 많은 지방이 같이 붙어있다. 마블링이 아니고 지방. 대부분의 식당 혹은 정육점에서도 이들 지방을 제거하지 않고 판매한다. 결국은 구우면서 잘라내야 하는데, 그러면 고기 로스가 너무 많다. 체감상 2~30% 정도는 이들 덩어리 지방인 듯. 혹, 고급 식당에 가면, 덩어리 지방을 제거하고 곱디 고운 살만 발라서 서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이들은 고기 이름이 바뀐다. 새우살, 알등심으로...그리고 가격은 안드로메다로 향한다.
서울에서 안심으로 이름을 날리는 식당이 있다. 청담동 '뜨락'. 수요 미식회에 출연했던 식당이고, 가격은 비싸지만 좋은 고기를 쓰고,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원주에 가면 약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뜨락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고기를 맛 볼 수 있는 식당이 있으니, 오크밸리 근처에 위치한 '한성본가'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한 이곳은 의외로 정육식당이다. 1인당 4천 원의 상차림비가 있고, 정육점 냉장고에서 고기를 골라서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냉장고에 진열된 고기는 고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때깔이 훌륭하다. 1++의 등급표를 자랑스럽게 달고, 선홍빛 비주얼을 뽐낸다. 이 곳은 등심에 붙은 지방도 다 정리해서 꽃등심과 새우살로 분리해서 판매를 한다.
그래도 이집의 주력은 무엇보다 안심이다. 안심 비주얼이 이 정도. 맛은 뭐 이루 말할 수 없다. 체감하는 만족도는 뜨락 이상이다.
가격은 100g에 25천 원인데, 뜨락은 130g에 56천 원이다. 상차림비를 감안해도 약 뜨락의 약 60% 정도 되는 가격이다.
이곳은 오크밸리를 방문할 때마다 가는 곳이고, 심지어 하루에 두 번을 간 적도 있는 곳인데 갈 때마다 만족도가 높았다. 지인들에게도 몇 번 추천을 했는데, 지인들도 하나 같이 칭찬을 했던 식당이다. 오크밸리나 뮤지엄 산을 갈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가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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